행복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저는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밤, 끝이 어딘지도 모른채 정처없이 잘곳을 찾아 헤매어야만 하는 나그네가
기어코 발견해낸 무인초소.. 그리고 그 곳에서 허기진 배를 달래는 목살 한근..
바로 이것들이야말로 행복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엄태광 명언록 中 발췌>
내 표정은 이미 돼지국밥을 손수만든 장인정도..
우리는 반대편 방향에서 버스를 기다린 탓에 1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했다.
(언양시외버스터미널 후문에서 323번 버스를 타고 간월교에서 내리면 간월산장을 쉽게 찾을수 있다)
(버스는 기점 기준으로 오전엔 매시 10분에 출발하며 오후엔 매시 50분에 출발한다)
걷고 또 걸었다. 어디가 간월재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텐트를 치기에 충분한 스팟은 보이지 않았다.
불안해지고 초조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어둠이 쥐도새도모르게 금새 깔리듯 우리의 피로도 어느새 우릴 조종하고 있었다.
커브길 마다 어김없이 보이는 노란색스카치의 커브표시판은 나를 더욱 뒤틀어놓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너무 지쳐있었다.
(하지만 하산길에 우리는 알수 있었다. 간밤에 초인의 능력으로 올라갔다는 것을 우린 거의 정상가까이 올라갔었던 것이다.)
그렇게 입김보다 욕이 더 많이 나오던 도중 무인초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인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아무도 없었고
우리는 무단점거를 감행해야만 했다.(사실 태광이보다 내가 더 절박했기에 내가 태광일 꼬드겼다. 태광이는
생존과 윤리의식의 경계선에서 갈팡지팡하고있었다.) 창문틀을 틀어막은 나무판대기를 이성을 잃은채 뜯어내고 있는
나에게 태광이를 한마디 했다. '형.. 하나둘셋하면 같이 당겨요..' 순간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이성적인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여하튼 이 곳에서 먹은 목살 한근은 제목에서 언급했듯이 행복이란 무언인가를
새삼스레 깨닫게 해주었다. 우린 돼지에게 감사해하며 허기진 배를 달랬다.
사실 10시에 취침했을때 2시간 반가량 칼바람소리만이 나와 함께해 주었다. 덕분에 나는 새벽내내 뜬눈으로
지샐 줄만 알았지만 어느덧 눈을 떠보니 새벽6시였다. 아침엔 소소하게? 스프와 소시지를 구워먹었다.
사실 너무 맛있어서 스프를 들이붓다가 혀 다 디었다. 아직도 얼얼하다.
(이 모든 음식을 별 어려움 없이 먹을 수 있게 해준 엄쉐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우리가 묵었던 초소의 모습. 아침에 사실 불미스러운 도촬사건이 있었지만 그 사진을 업뎃하면 나의 이미지가 실추되므로
자제하겠다. 아담하고 단아한 모습의 무인초소다. 오른쪽 창이 우리가 뜯고 들어갔던 나무 창이다.
간월산 신불산의 아름다움을 어찌 사진으로 담을 수 있겠느냐.. 그저 회상의 매개체가 될 순 있겠지.
여러 컨셉 사진들이다. 내가 은근히 사진감을 발휘해서 태광이의 요청 이상으로 작품사진을 건져낼 수 있었다.
그에 반해 태광이는 나를 실족사한 시체로 만들었...
차마고도를 연상케 하는 곳에서의 라면. 과연 일품이었다. 앞으로 언제다시 저런 라면을 먹게될까?
태광이가 준비한 코펠세트에 스틸 바람막이도 있어서 어렵지않게 취사할 수 있었다.
그 밖에 야채참치와 꿀호떡으로도 요기할 수 있었다.
하산 길에 우린 필 충만하게 썰매를 탔다. 원래 썰매가 되어줬던건 저 요가매트가 아니라
비닐 막이었는데 그건 탄지 10분만에 아작이 났다. 사진을 남겨놓지 못한 아쉬움에 요가매트를 타고
컨셉사진을 찍었지만 사실 저 요가매트는 단 1m 도 미끄러지지 않는 고마찰력 소재였다.
(회귀점에서 찍은 비포앤애프터 사진)
앞으로 언제쯤 이런날이 찾아올까..?
gold steel
RAFIK. GOLD STEEL (2008) from TONYTRUAND on Vimeo.
근 2주간 정신이 왔다갔다 오락가락 했는데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쳇바퀴 처럼 굴러가는 하루하루에 싫증이 난걸까? 모르겠다. 올해 초에 이런 증상이 한번 크게 왔었는데 호전된 줄 알았더니 요새 또 그런다. 왜이러는걸까? 나도 모르게 잡아버리는 이중약속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07년도 부터 써왔던 스케줄북을 펴서 가끔 끄적여 놨던 글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우울함을 달래는 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래도 여행계획이나, 한창 공부할때의 열정도 눈에 띈다.(이건 아주 극소했다. 일주일정도..) 또한 조그만 수첩에 깨알같이 적어놨던 일기들도 한장한장 읽어보았다. 쭉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은 아. 나는 우울할 때 글을 써 내려가면 답답함이 해소되나 보다. 였다. 아무튼 전에 읽고 마음을 추스리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던 톨스토이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를 다시 보고 법정스님의 일기일회 라는 책도 보면서 정화시키는 중이다. 이것도 한때니 차차 나아지리라 여겨야겠다.저기 보면 '막상 기회가 찾아왔을때 준비되지 못한 나 자신때문에 후회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 라는 글이 적혀있는데 이건 태광이가 했던 말이다. 태광인 잘 지내고 있을까?
welcome & goodbye
일주의 정기모임의 개념을 깨면서 좋은 막을 내린것같아서 기분이 좋다. 아무래도 파티플래너 해야할까싶다.



